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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컬럼] 경쟁력 있는 프로그래머의 조건
소프트웨어 강국의 근간이기 위한 프로그래머의 조건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25/11/2003


필자가 프로그래밍을 처음 시작한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막 컴퓨터 공부를 시작할 때 창간된 잡지가 마소였으니 필자의 컴퓨터 경력과 마소의 나이가 같은 셈이다.

처음 개발을 시작할 당시에는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를 쓰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었다. 8비트 컴퓨터인 애플 컴퓨터를 사용하던 시절이었으니 가정에서 취미로 가지고 노는 정도였지, 업무용으로 사용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은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가정마다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에 따라 개발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당시 PC 개발자는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었다. 초기에는 개발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마니아들이 주축을 이루었지만 생계를 위해서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개발자도 어엿한 직업으로 자리잡았지만 열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당시의 개발자들에게 지금의 개발자들이 배워야 할 점이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초창기 국내 개발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필자의 경우에도 자료를 구하는 데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 인터넷도 없었고 주위에 물어볼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분석하고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국내에는 IT 서적들도 별로 없었고 원서를 구하기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80년대 후반부터는 컴퓨터 통신을 활용하여 미국 통신망에 접속할 수가 있었다. 아무리 연구를 해도 도저히 풀리지 않는 경우에만 국제 전화를 걸어서 미국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자료도 받곤 했다. 당시 요금이 1분에 1000원이었으니까 1시간에 6만원 정도였는데, 당시에 필자 월급이 30만원 정도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엄청나게 비싼 요금이었다. 그밖에는 모두 직접 분석해서 알아냈고 롬바이오스나 운영체제도 어셈블리어 수준에서 분석했다.

바이러스 분석도 마찬가지로 참고자료 없이 직접 분석해서 동작 원리를 알아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공부한 것과 경험을 토대로 바이러스 관련 책을 쓸 때는 참고서적 한 권도 없이 필자의 자료와 기억만을 가지고 완성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에 비해 요즘은 오히려 자료의 홍수 시대라고 할 만하다. 이제는 자료를 구하지 못해서 개발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예전에 비하면 개발 환경은 엄청나게 좋아진 것임에는 틀림없다.

코더와 아키텍트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개발자에게 불리한 환경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내 개발 환경의 특성과 한계 때문이다. 최근 이공계열 기피가 심각한 문제가 되면서 개발자라는 위치 역시 다소 위축된 것처럼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전문가라고 할지라도 나이가 들면 관리직이 되어야 성공했다는 사회적 통념 때문에 개발자가 선택할 수 있는 미래가 제한적이며, 개발자의 생명도 짧은 편이다.

많은 개발자들은 영원한 개발자로 남고 싶어하며 관리자로서의 변신에 대한 두려움들이 상대적으로 크다. 반면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술적 진보로 인해 후배와 동등한 위치에서 새로운 개념의 기술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도 많이 느낀다.

개발자가 선택할 수 있는 미래라는 면에서 SI 업체와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SI 업체와는 달리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에서는 개발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조금 더 다양하다. 특히 패키지 소프트웨어 업체에서는 개발자의 연장선상에서 하나의 전문직으로서의 아키텍트가 앞으로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개발자들은 일반적으로 프로그래밍, 더 정확하게는 코딩 자체에 많은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오랜 고생 끝에 풀었을 때 희열감에 사로잡히고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 잘 동작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분신처럼 애정을 느낀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개발자의 보람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수준의 사람들을 코더라고 부른다. 많은 프로그래밍 경험을 통해서 좀더 수준이 올라가다 보면 세부적인 코딩 자체보다는 전체적인 아키텍처, 흐름, 프로토콜 등 설계에 해당하는 일들을 맡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역사가 짧아서이겠지만) 코딩하는 재미에 묻혀 있거나 그것이 개발자가 하는 유일한 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훌륭한 프로그래머 또는 아키텍트가 되기 위해서는 코더 시절에 탄탄한 기초를 다지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인 후에는 코더 단계를 뛰어 넘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발자들이 코더 단계에서만 머문 채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 회사 수가 너무 적고 그 규모도 영세하기 때문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가 많다면 각 회사마다 다양한 노하우가 쌓이고 회사간의 제휴나 인력 이동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겠지만, 숫자가 얼마 안 되고 영세하다 보니 같이 커 나갈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단적인 예로 현재 국내에서 100명이 넘는 개발자가 일하고 있는 패키지 소프트웨어 회사는 필자의 회사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발자가 나아갈 길을 적절하게 조언해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이 많지 않은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개발자들의 불행이자,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불행이기도 하다.

국내 개발자들에게 부족한 점
IT 산업 발전에 따라 개발자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기고 주위에서 변화를 요구하기도 한다. 특히 전문성에 대한 요구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문 개발자로 남아서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위 여건도 여건이지만 개발자 자신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개발자들에게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가장 떨어지는 능력 중 하나는 바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다. 그 이유는 필자를 포함하여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개인 경쟁력 강화 위주의 공부, 즉 대부분 혼자서 책을 보고 공부를 하고, 혼자서 시험 문제를 푸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by 이카 | 2005/07/18 13:32 | 비젼━☆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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